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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파랑 카테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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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1월 27일
![]() 우리집 오늘 김장했다. -_- 허미.. 삭신이야... ㅠㅠ.. 25포기의 배추를 엊저녁에 절여두었다가 오늘 이것저것 속으로 넣을 야채들을 숭숭 썰어놓고 마늘과 생강도 갈아놓고 새우젓과 멸치액젓, 그리고 황새기젓은 비린내 온집안에 촥촥 퍼트리면서 달여다가 받히고 무우 채썰고, 소금, 고춧가루, 통깨, 그리고 또 뭐 들어갔더라? 암튼 이런저런 것들을 잔뜩 늘어놓고 하나씩 추가해가면서 속을 버물리는 동안 점점 걸죽하고 새빨간 속이 만들어졌다. 그것을 절여두었다 물을 뺀 배추에 이리저리 집어넣고 묻히고 하는 동안 나는 어질러놓은 것들 뒷정리. 그러는 동안에 아부지는 갑자기 사라지셨다가 한참 지나서 뭔가 시커먼 봉투를 들고 돌아오셨다. 돼지고기였다. 울엄니는 귀찮게 고기를 사오셨다고 투덜거리시면서도 커다란 단지솥에다가 물을 받아다 감초랑 계피, 냉동건조 커피를 술술 넣고 고기를 집어넣어 팔팔 끓이신다. 대충 뒷정리를 끝마친 나는 이리저리 잔뜩 담은 김치봉투와 김치통을 바리바리 싸서 김치냉장고로 옮겨실었다. 윽~! 난 이 냄새가 너무 싫어! ㅠㅠ.. 온 부엌을 진동하는 돼지고기 삶는 냄새에 나는 코를 틀어쥐고 걸레질을 한다. 아부지는 김치속을 만들었던 커다란 양은, 프라스틱, 고무로 된 각종 함지박들을 마당으로 주섬주섬 옮기시더니 손수 고무장갑을 끼시고 덜걱덜걱 씻으셨다. 난 고춧가루와 야채부스러기로 난장판이었던 마루를 대충 치우고 뼈빠지게 걸레질을 하고 부엌도 정리해놓고 공포의 돼지고기를 먹지 않기 위해서 내방으로 도망오지만 금새 엄니가 부르신다. 나와서 얼른 밥 먹어! 엄니.. 난 삶은 돼지고기가 싫어유.. 훌쩍.. ㅠㅠ.. 역시나 예상한대로 밥상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돼지고기 덩어리를 숭숭 썰어놓은 것이 이따만한 접시 위에 가득 담겨있고 막 담은 김치도 커다란 사기대접에 대가리만 쑥 잘라놓은 채 온전한 모습으로 올려져있다. 그 외에는 된장배춧국과 밥. 그래. 숟갈과 젓가락도 있군. 어헝.. ㅠㅠ.. 난 풀냄새 펄펄 나는 날김치도 싫고 삶은 돼지고기도 싫엇! ㅠㅠ+ ..하지만 지금 저 밥을 안먹으면 꽤 오랫동안 심신이 고달파질 것이다. -_- 눈물을 삼키며 먹는 수 밖에. -_-.. ...... 방금전까지 우리집의 상황이었다. 매년 이 시기만 되면 언제나 반복되는 우리집 김장 담는 날의 풍경이다. 언제나 고되고 힘들지만 그래서 매번 투덜투덜거리고는 있지만 빠질 수 없는 우리집의 행사. 나름 즐겁다. 그리고 언제나 내가 못먹는, 그러나 아부지가 좋아하시는 것들로 밥상을 가득 메운 이 김장 후의 식사가, 비록 내 입맛에는 괴롭지만,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우리집의 으뜸가는 맛일 것이다. |